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늦은 시험공부로 인해 엄습한 피로 때문만도, 험난한 시험을 앞두었을 때 나타나는 정신적인 부담감 때문만도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신대륙을 찾아 멀고도 먼 항해를 나선 탐험가의 기분과 흡사하다고 하는 편이 더욱 정확할 것입니다.
오랜 대학 강단에서의 생활을 뒤로한 채 사회복지사로의 새로운 길을 나섰을 때, 저는 따뜻한 봉사에 대한 열정과 냉정한 현실에서 방황했습니다. 이는 과거 시민사회단체에 몸담고 있을 당시 느꼈던 젊은 날의 패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회봉사의 막연한 즐거움을 위해 제가 가진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비행에 실패한 이카루스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몸이 아닌 마음의 짐을,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던 세속의 타락한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임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사회복지사로의 꿈은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존재의 무게로 인해 추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라도...
제가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스스로의 막연한 선택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인생의 명함을 가져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나’에 대한 관심이 ‘우리’와 ‘사회’로 확장하고 있음을 느꼈을 때, 이제는 막연한 행동이 아닌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수행의 과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것이 바로 제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에 도전한 이유였습니다.
언제나 시작에는 시행착오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저는 뒤늦게 시험 준비를 하게 되어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미 2학기 시작과 함께 시험 준비에 몰두하던 동기들을 생각할 때마다 뒤쳐진 제 자신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일단 결심을 굳힌 만큼 목표를 향해 돌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조용히 연말을 보낸 다음 본격적인 공부에 착수하였습니다. 8과목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 부담스럽게 다가왔지만, 교육원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한걸음 또 한걸음 나아갔습니다.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대학교재와 함께 전문학습서를 함께 이용하여 나만의 체계적인 공부법을 개발하였습니다.
한 과목에 이틀의 시간을 부여하여, 하루는 학습서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다음 하루는 정리한 내용들을 숙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공부할 내용이 많으므로 최대한 불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중요한 부분에는 나만의 표시를 해두고, 대학교재에서 관련된 내용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따로 정리노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학습서에 정리한 내용들로 그것을 대체하였습니다. 정리한 내용들을 숙지한 이후 예상문제들을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학습서의 내용은 요약된 것이기에, 다른 중요한 사항들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시험에 응시한 다른 분들도 대부분 비슷한 방법을 이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미 시험을 치른 경험자로서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암기는 삼가라.
방대한 공부 분량을 암기로 소화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공부에 대한 열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극약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시험에서는(특히 사회복지법제론의 경우) 중요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보다는 다양한 범위에서의 매우 포괄적인 질문이 많이 제시되었습니다.
둘째, 문제를 많이 풀어보라.
사실 저는 기출문제들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학습서에 있는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내용 정리에서 놓친 부분들을 많이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엇보다도 문제를 많이 풀어봄으로써 시험에 대한 감각을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시간 사용에 유의하라.
이 말은 단지 학습 진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라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고사장에서 매 교시 주어지는 시간이 문제를 세심히 살피는 데 넉넉한 것은 아니므로, 문제풀이에 몰두하는 가운데 종종 시간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시험을 보기 전날 실전 상황을 가정하여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언제나 본인에게 있듯, 합격의 여부 또한 평소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에 임했는가에 달려있는 듯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도전에 임하여 미래를 꿈꾸는 모든 분들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