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면접은 지원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발언의 진위를 검증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자질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보국이 첩보원을 선발하려 만든 이 방식은 미국 금융가에서 주로 쓰였다. 구직자 10명 가운데 8명은 자신에게 ‘갑’(甲)일 수밖에 없는 면접관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제약회사의 공개채용 임원 면접 중 일어난 일이다. 면접관은 “‘외동아들은 바로 누워도 꼬라지(?)’라는 말이 있다”며 의견을 물었다. 당황한 면접자에게 그는 재차 “일반적으로 외동은 성격이 나쁘다. 그런데 자소서에 보면 외동인데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이라고 썼는데, 거짓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열심히 설명하는 면접자에게 그는 “아됐다”고 했다. 끝이었다. 직장인들의 자발적인 기업 평가를 모은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에 올라온 면접 후기 중 하나다. 이러한 ‘상식 이하’의 면접 경험담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초 압박면접은 지원자의 약점을 꼬집거나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져 지원자의 대처능력과 순발력, 창의성 등을 보겠다는 의도로 활용됐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선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상대적 약자인 지원자에 대한 ‘갑질’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면접 경험이 있는 구직자의 절반(52.8%)은 면접관의 질문을 받고 불쾌하거나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 이 중 면접관에게 불쾌감이나 황당함을 면접관에게 표현했다는 이는 32.5%에 그쳤다.
이런 현실에 구직자들은 ‘모욕스터디’까지 만들었다. ‘멘탈 갑(甲)’이 돼야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욕적인 상황을 만들어 대처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직자들도, 인사 담당자들도 차츰 달라지고 있다. 구직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에 면접 경험 등을 공유하면서 ‘당당한 자세’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기업들도 이들이 면접장을 나서는 순간 ‘구직자’에서‘고객’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성평가 명목의 압박면접보다는 깊이 있는 역량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