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재벌이 은행을 문어발식 계열사 소유와 지배에 이용하거나 기업 경영 위험을 국민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막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조짐이다. 일반 은행에 대해서는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 상한(4%)을 그대로 두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는 50%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이번 은행법 개정 추진은 과거와 차이는 있다. 인터넷은행용 ‘부분 완화’라는 접근법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 심의에서 밀고 당기기가 여전할 것으로 점치는 관측이 우세하다. 2002년과 2008년에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 은산분리 장벽을 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은산분리 규제의 완화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산업자본을 끌어들여 금융 경쟁력을 높이자는 완화론과 함께 낡은 규제만 고집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된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반대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과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나 은산 동반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그 밖에 찬반 입장 표시를 보류한 정무위 위원들은 대체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찬성하지만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구체적 법안이 나오면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면서 “당장 찬반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