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로 보는 역사

“ 건축은 역사의 부분이고
과정이며 미래이다 “

‘불멸의 사랑이 남긴 영혼의 궁전’
　무언가를 짓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는 안락한 은신처를 찾는 자연스럽고도 근본적인 욕구에 따른다. 그렇기에 건축은 태초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삶 속에 항상 존재해 왔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켜 온 과정과 사회구조의 변화, 권력의 형성 과정 등의 역사적 사실들이 수많은 건축물을 통해 드러난다. 당대 시(時)ㆍ공(空)간,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졌던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건축물로 살아있 는 역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타지마할(Taj Mahal)

인도 아그라 / 1630~1635년
모하메드 이사 아판디
우스타드 아메드 라호리

타지마할은 인도·이슬람 건축의 가장 완벽한 전형으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예술가들이 천재성을 발휘한 작품이다. 인도 아그라에 위치해 있는 이 건축물은 “이슬람 예술의 보석이며 인류가 보편적으로 감탄할 수 있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페르시아, 터키, 인도 및 이슬람의 건축 양식이 잘 조합된 훌륭한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인도 지역에서 꽃 핀 이슬람 문화

타지마할을 품고 있는 아그라는 한때 무굴제국 수도였다. 무굴제국은 16세기 전반에서 19세기 중엽(1526~1857년)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제국이다. 무굴제국은 힌두교 전통의 인도 역사 가운데 가장 뚜렷한 흔적을 남긴 이슬람 왕조라 할 수 있다. 무굴제국의 강력한 권력을 상징하는 아그라성과 교외에 자리한 파테푸르 시크리 등지에서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타지마할은 인도 이슬람 건축물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영원한 사랑의 기념물

타지마할은 궁전도 아니고, 네 개의 미나레트가 있지만 모스크도 아니다. 그것은 영혼을 모시는 영묘(靈廟)이다. 돔, 높은 입구, 창문 벽감 등으로 경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 건축물은 무굴제국의 5대 황제인 샤 자한(Shah Jahan)이, 38세의 나이에 열네 번째 아이를 낳다가 숨을 거둔 아내를 위해 지은 것이다. 샤 자한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그녀는 ‘궁전의 꽃’이라는 의미의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7년의 결혼생활 동안 왕의 총애를 듬뿍 받았고, 그녀의 죽음은 샤 자한을 지옥과도 같은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는 22년 간에 걸쳐 그녀를 위한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을 건축했다. 이에 타지마할은‘영원한 사랑’의 기념물이며, 뭄타즈 마할에 대한 샤 자한의 사랑을 상기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

샤 자한은 뭄타즈 마할이 죽은 해인 1631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귀한 돌을 수집해 타지마할을 짓도록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를 만들고자 하는 왕의 의지 덕분에 이 공사는 국가적 대공사가 되었다. 막대한 예산과 노동력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의 기술자들이 아그라로 모여들었다. 이때 사용된 돌은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프랑스에서까지 구해온 것으로 가히 세계적 공사라고 이야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때 동원된 건축가와 인부만 해도 약 2만명이었다고 전해지니 그 공사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완벽한 대칭구조와 높은 완성미

폭 350m, 길이 580m 규모의 타지마할은 정문에서 약 250m 떨어져 있다. 중앙을 중심축으로 하여 좌·우측이 정원, 연못, 나무 등과 함께 완벽한 대칭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체적 대칭 구조와 더불어 건물에 사용된 기하학적 계산의 완벽함은 지금의 건축학자들이 보아도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 모든 것은 아주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당시 무굴제국의 건축 관행은 나중에 증축하거나 개축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통일체로서 타지마할을 구상하고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중심부에 놓인 기다란 연못 위에 거울처럼 비쳐 보이는 타지마할의 모습은 그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아름다움 속에 감추어진 탐욕과 불행

샤 자한이 무굴제국을 다스렸던 시기는 인도 문명의 가장 빛나는 시대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는 건축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건축에 대한 열정이 아주 높았다. 샤 자한은 타지마할을 짓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타지마할이 건너다 보이는 자무나 강 맞은편에 검은색 대리석으로 자신의 무덤을 만들려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재력을 낭비하고 인력을 동원하자 백성의 원성이 높아만 갔다. 1659년, 그의 아들 아우랑제브는 이를 구실삼아 반란을 일으킨 후 샤 자한을 타지마할이 마주 보이는 8각형 탑에 가둔다. 그곳에서 샤 자한은 죽은 부인 곁으로 갈 수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영국의 작가 키플링은 타지마할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순수한 모든 것, 성스러운 모든 것, 그리고 불행한 모든 것의 결정이다. 이 건물의 신비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