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lace ; 숨겨진 ‘멋’과 ‘맛’의 도시, 강릉
강릉은 시간을 넉넉하게 갖고 여행하는 게 좋습니다. 동적인 것들과 정적인 것들, 거기에 다양한 먹거리까지, 이 모든 것을 즐기고 느끼고 오려면 하루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8월보다는 한가한 7월, 바다와 산과 그리고 전통의 멋까지 간직하고 있는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HOT POINT of HOT PLACE
경포대
경포대는 경포호와 경포해변의 명성으로 인해 대부분 여행객들이 지나치기만 할 뿐 인산인해인 한여름 피서철에도 발걸음이 뜸한 곳입니다.하지만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서 있는 이 누각에 오르고 나면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경포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시원스레 펼쳐진 경포해변도 눈에 들어옵니다. 누각에 들어서면 율곡 이이 등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이 지었다는 현판과 편액 등이 시선을 잡아끕니다. 한번 오르면 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운, 그래서 잠시라도 머물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기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경포대입니다.
허난설헌(許蘭雪軒) 생가 터
‘초희(楚姬)’가 본명인 허난설헌(1563~1589)은 강릉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드러내며 스물일곱에 세상을 등질 때까지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과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스럽고 가슴 저미게 하는 조선 최고의 시(詩)들을 썼습니다. 홍길동의 저자로 유명한 동생 허균은 누이의 시를 모아 <난설헌집>을 펴냈고, 그 책은 명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생가 터에는 난설헌이 살았던 집과 작품집들을 모아놓은 기념관이 있습니다. 이곳에 들러 시구(詩句)가 눈에 들어오면 그 자리에 한참을 머물며 시(詩)를 음미하여도 좋습니다.
초당마을과 초당순두부
초당순두부로 유명한 초당마을의 유래는 삼척부사를 지낸 허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허엽은 이곳에서 물 좋은 샘물로 두부를 만들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었는데,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널리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이는 전해오는 이야기고, 실제로는 6·25전쟁 무렵 생계를 위해 이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유래가 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겁니다. ‘초당두부’란 이름을 걸고 이곳에서 가게가 열린 것은 불과 30여년 전이기 때문입니다. 초당두부는 걸러낸 콩 물을 사용하여 장작불에 은근한 불로 끓입니다. 그리고 소금 대신 정제한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합니다. 초당두부 맛의 화룡정점은 바로 여기에 있지요.
기차가 서지 않는 안목해변
기차가 지나는 곳이었으면 더 아름다웠을 안목해변은 이제는 해변보다도 커피가 더 유명합니다.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마다 횟집이 아닌 커피가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1970~1980년대 시절 낭만을 쫓던 가난한 연인들에게 바다와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은 그들을 위안하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자판기로 시작된 강릉 커피 역사는 박이추 선생 등이 원두 로스팅 커피를 들여오며 이제는 도시 전체가 콩 볶는 향으로 진동할 만큼 커피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 작은 해변에 ‘낭만’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끊임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