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묘년과 병자년 호란에서는 조선 임금이 두 차례나 이곳 강화도로 피신을 했고, 몽골의 침입이 있었던 고려 시대에는 개성에서 강화도로 수도를 옮기기까지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강화도에 살던 이 땅의 백성들은 목숨을 바쳐서 대항했습니다. 그러한 흔적들은 아직도 강화도 곳곳에 생채기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강화읍을 둘러싸고 있는 강화산성은 고려 시대 몽골의 침입을 피해 천도를 했던 곳으로 그 안에는 고려궁지 등 당시 왕도의 흔적들이 현존하고 있어 도성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1000여년 전 당시 도읍 개성을 버리고 이곳 강화로 피신을 왔던 고려 왕조의 모습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오늘의 상황이 머릿속에 겹쳐지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강화산성은 1232년에 조성되었고 성의 둘레는 약 1.2km에 이릅니다.
광성보
광성보는 1658년 조선 효종 때 설치된 돈대입니다. 광성보에서 숲길을 따라 용두돈대로 이어지는 이곳은 지리적으로 강화도의 동쪽 해안인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입니다. 용두돈대에 올라서면 해협 건너 김포가 손에 잡힐 만큼 지척입니다. 통상을 요구하며 쳐들어오던 미국 군대에 맞서 최대의 항쟁을 펼쳤던 곳으로, 어재연 장군을 비롯하여 무수한 조선군이 장렬히 순국한 역사 깊은 곳이기도 합니다. 마치 용이 머리를 내밀고 승천하려는 듯한 형상의 용두돈대에 사방으로 피범벅 되어 있는 당시의 상흔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국가가 부유하고 부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야 모든 백성들이 평안해지는 것이라지만, 오래전 우리의 선조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초지진
김포의 대명항과 초지대교를 사이에 두고 강화해협을 지키는 1차 방어기지 역할을 한 초지진은 1656년 조선 효종 임금 때 설치되었습니다.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초지진은 굴곡진 개화기의 아픈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찾을 때마다 저절로 숙연해지는 곳입니다. 개화기 무렵 열강의 침략을 고스란히 당했던 초지진은 1866년에는 프랑스 함대와 전투를 치렀고 1871년에는 미국 해병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1875년에는 일본 함정에 의해 돈대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돈대 옆에 역사의 산 증인처럼 서 있는 소나무에는 당시 포탄에 맞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작은 돈대에서 열악한 무기로 목숨 바쳐 끝까지 대항한 당시 군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전등사
381년에 창건된 전등사의 원래 이름은 진종사였으나 고려 충렬왕 때 전등사로 명칭을 바꿨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몽골의 침략, 조선의 호란, 그리고 근대의 서양 침략 사건까지 시대의 굴곡을 정족산성과 함께 겪어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고려 왕실이 사찰 내에 가궐을 지은 것이 계기가 되어 왕실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게 되면서 고려의 여러 선대 왕들과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왕족들의 위안과 국태민안을 기도하는 호국사찰로도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현재 전등사 내에는 대웅보전·약사전·범종 등 국가지정 보물이 있고, 그 외에도 기타 사적 및 다수의 문화재가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